[공동 기자회견문]
한나라당은 수신료 날치기 인상 음모를 즉각 포기하라

수면 밑으로 떠돌던 폭탄이 드디어 터졌다. 한나라당이 지난 5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한 소위 구성안(이하 수신료 소위안)을 날치기하고, 이로 인해 여야 합의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이하 미디어렙법)도 단독 처리됐다.

구랍 31일 미디어렙법 논의에 KBS 수신료를 연계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성명까지 발표한 한나라당이 이 날에는 “미디어렙법은 수신료와도 연계돼 있다”며 “2월로 예정돼 있는 다음 임시국회 때 KBS 수신료 등을 처리할 것을 목표로 소위를 구성하고 수신료 소위안과 미디어렙법을 동일하게 논의하자”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었다. 이번 수신료 소위안은 겉으로는 ‘KBS 공영성 강화’라는 명분을 들이댔지만, 실상은 수신료 처리가 정치적 휘발성으로 힘들어지자 ‘우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신료 문제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데는, KBS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KBS의 공정성과 공영성은 크게 후퇴했다. 인사청문회 비리의혹, 청와대 내곡동 사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한미FTA 반대집회, 김문수 경기지사 119 논란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포기한 채 권력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아 국민과 멀어졌고, 이승만-백선엽 특집 등 친일.독재 찬양방송으로 부정한 기득권 세력을 대변해왔다. 또한 상시적으로 자행된 보도개입과 폭압적인 보복인사는 신뢰의 근거 자체를 없앴고, 무엇보다 수신료 인상안 논의 과정에서 돌출된 ‘도청 파문’은 수신료 인상의 최소한의 정당성과 필요성마저 제거했다.

KBS 내에서는 ‘30년만에 겨우 천원 올리는 것 아니냐’는 안이한 발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KBS가 말하는 ‘겨우 천원’이 모여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을 증가시킨다. 만약 이 돈을 매년 국가예산에서 확보하려 한다면 얼마나 힘든 일일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지갑에서 나오는 준조세인 수신료 2,400억원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려면, 당연히 국민의 동의부터 구하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KBS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뛰어넘어 언론의 힘으로, 기자들의 영향력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해 이를 관철하려는 오만을 부리고 있다. 국민이 위임한 언론의 힘을 자사 배불리기에 사용하고 있다는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이유이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한나라당을 향하고 있다.
수신료는 결코 정략적으로 추진되어서도, 이해당사자의 압력에 굴복해 처리될 사안이 아니다. 불과 3개월 남은 18대 국회가 아니라 19대 국회에서 총체적으로 다시 논의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 순리이다. 만약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미디어렙법을 인질로 삼아 수신료에 대한 야당의 동의나 묵인을 이끌어내려 하거나 수신료 소위안이 다음 임시국회에서 날치기하기 위한 요식절차라면, 이는 감당키 어려운 국민적 저항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는 KBS에게 요구한다. KBS는 도청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고 공정성과 공영성을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 달라. 그 이후에서야 수신료 인상은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다. 한나라당에게도 요구한다. 더 이상 수신료와 미디어렙법을 연계해 18대 국회에서 수신료를 날치기하려는 기도를 즉각 포기하라. 지금 당장 논의되어야할 미디어렙법과 시기상조인 수신료를 엮으려는 술책은 꼼수일 뿐, 공당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아무리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김인규의 체면을 살려주고 KBS의 협력이 절실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에는 넘지 말아야할 한계가 있는 법이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난 2009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구성한 후 언론악법을 날치기한 기억을 상기하고 있다. 이번 수신료 소위 역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와 같이 날치기를 위한 사전 준비위원회라면, 우리는 국민과 함께 한나라당을 강력히 응징할 것이다.

이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답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위한 정치적 협력자를 얻기 위해 국민의 부담을 지우는 선택이 박 위원장이 말하는 원칙인가? 국민보다는 힘 있는 기득권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이 쇄신의 진정한 정체인가? 박 위원장은 수신료와 미디어렙법 문제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다. (끝)
 
2012년 1월 9일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언론 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Posted by PC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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