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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SBS와 지상파 민방의 새로운 정책 방향

by PCMR 2020. 12. 8.

위기에 처한 SBS와 지상파 민방의 새로운 정책 방향

 

12월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SBS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대주주발 위기다. 태영건설이 티와이홀딩스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SBS는 홀딩스 위에 홀딩스, 이중으로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게 됐다.

 

SBS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나?

 

이중 지주회사 체제가 되며 공정거래법과 방송관계법의 충돌이 일어났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티와이홀딩스)의 손자회사(SBS)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 SBS가 자회사를 100% 지배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컨대 SBS 광고를 판매하는 SBS M&C는 방송광고판매대행법(미디어렙법)에 의해 40% 소유제한에 걸려 있다. 수익구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미디어렙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상파 3사가 공동출자한 웨이브(wavve)도 마찬가지. KBSMBC가 자기 지분을 SBS에게 넘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나머지 자회사들도 SBS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분을 사들이거나, 아니면 매각을 해야 할 처지다. 핵심 자회사를 미디어홀딩스로 이관한다면?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수익 유출을 방지하려던 19년 노사합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티와이홀딩스와 미디어홀딩스의 합병또는 미디어홀딩스를 SBS와 합병해 하나의 지주회사를 해소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허나 이렇게 되면 소유 경영의 분리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미디어 지주회사 체제의 해체가 불가피하다. 이처럼 태영건설 분할은 SBS에 백해무익한 일이다. 윤석민 회장은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SBS는 위기에 내몰렸다.

 

SBS 재허가 심사, 어떻게 해야 하나?

 

방통위는 지난 6월 태영건설의 SBS미디어홀딩스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에 대해 조건을 부가하여 승인했다. 주요내용은 3가지다.

 

첫째, 태영건설 최대주주가 제출한 이행각서를 성실히 이행할 것. 둘째, 최대주주의 SBS 경영 불개입 등 방송의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 (티와이홀딩스에 방송 전문 경영진을 포함,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공성 실현 방안을 정관에 반영할 것), 셋째, 공정거래법에 따른 SBS의 자회사 지분 소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 이를 위한 경영 계획 수립 시 SBS의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

 

방통위는 연말로 예정된 SBS 재허가 심사에서 위 승인조건의 이행 여부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심사의 방향은 제대로 잡혔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방송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조건은 SBS를 재허가할 때마다 달렸다.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이유도 소유 경영의 분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부당한 경영 개입과 대주주의 전횡은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추상적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소유 경영의 분리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을 조건으로 부과해야 한다. 그 방안은 SBS 스스로 마련하도록 하되 엄격히 심사하고, 재허가 조건에 넣어 의무화해야 한다. 2017년 재허가 심사에서 방통위는 SBS노사가 합의해 제출한 독립경영 방안을 재허가 조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똑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종사자 대표와의 협의 과정과 결과를 매우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대주주가 방송 외 다른 사업부문의 이익 추구를 위하여 기업지배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방송사와 그 종사자들에게 모두 떠넘긴 것이다. 따라서 불이익을 떠안게 된 SBS 종사자(대표)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심사항목이 돼야 한다.

 

민영 지상파 방송의 제도 개선 방향은?

 

지상파 경영 위기가 심각하다. 사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규제완화를 해결책으로 호소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여 새로운 제도의 틀을 모색 중이다. 방송을 공공과 민간영역으로 분류하여 영역별로 중점 가치를 차별화한다는 게 골자이다. 민간영역은 산업성과 효율성 제고를 내세웠다.

 

과거 방송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상파 제도들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게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민영방송의 산업성, 효율성 등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더 이상 공익효과를 내지 못하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선별해 걷어내야 한다.

 

하지만 낡은 제도만 위기의 원인일까? 규제를 풀면 민방이 살아날까? 민방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대주주 문제다. 대주주야말로 민영방송이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가로막고, 방송을 다른 사업부문 이익을 위한 부대사업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흔히 대주주가 방송의 공익성을 훼손한다 말하지만 그들은 미디어 기업으로서 민방의 시장적 가치를 파괴한다.

 

SBS가 대표적 사례다. 정치권력에 부역하여 언론기업의 생명인 신뢰성을 훼손시킨 것도, 지주회사 체제를 대주주가 수익을 빨아가는 천민적 비즈니스 모델로 전락시킨 것도 태영건설이다. 주로 건설자본이 지배하는 지역 민방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문제를 방치한 채 민방의 산업성 제고나 혁신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민영 지상파 제도 개선은 독립성이 보장되는 미디어 전문 경영체제를 제도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규제 개편과 함께 지상파 방송으로서 공적책무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공영방송과 차별화하여 공적책무 평가는 단순화하되 자기 규율성 관점의 새로운 면허체계로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방송사로 하여금 공적서비스의 계획을 스스로 제출토록 하고, 그 계획의 작성과 이행의 평가에 시청자(기구)가 참여하는 시민 협력적 지상파 거버넌스를 검토해야 한다. 방통위가 지상파 민방의 새로운 정책 틀을 제시할 수 있을지 SBS 재허가 심사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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