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레터/기사별 보기

[비평] 2020년의 MBC…개표방송부터 기안84 복귀까지

by PCMR 2020. 12. 8.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비평] 2020년의 MBC…개표방송부터 기안84 복귀까지

 

MBC가 위태롭다. MBC는 한 때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었다. <무한도전>은 방송계 예능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등 이른바 눈물시리즈는 친근한 다큐멘터리의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과 4대강 사업의 허구를 보여준 <PD수첩>은 시청자들이 지켜야 하는 엄호 대상이었다. ‘MBC 기자라는 말이 취재현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때도 있었다. 그런 방송사가 바로 MBC였다.

 

그런 MBC에서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2020년도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건은 다음과 같다. MBC 4.15 총선 개표방송 여혐 논란, MBC 라디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진행자 팟캐스트 정영진 교체했다가 번복, MBC <다큐플렉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 방영 및 다시보기 중지, 취재·영상기자 공채 논술 필기시험에서 피해호소인용어 논란으로 재시험 결정,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 기안84의 지속되는 여혐논란에도 복귀. 모두 젠더 감수성 부족에서 나타난 문제들이라 하겠다.

 

4·15총선 개표방송에 등장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우리나라 선거 개표방송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지 오래다. CG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화려할 뿐 아니라, 재미요소로 구성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승패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선거라 하더라도 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1위와 2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소수정당 후보들을 지운다는 비판도 컸다. 개표방송에서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들이다.

 

그런데, 지난 4·15총선 개표방송에서 다르게 논란이 된 방송사가 있었다. 바로 MBC였다. MBC동작을지역구에서 경쟁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소개하며 여혐논란을 일으켰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선거 드라마.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판사 선후배 간의 대결, 결말은?”이라는 코멘트를 내보낸 것. 곧바로 여혐 논란이 벌어졌다.

 

2015MBC <띠동갑과외하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여성 연예인의 감정적 다툼을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였다. 그 사건으로 두 연예인은 모두 2~3년간 방송을 중단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논란이 컸던 말이다. 그 후, 그 말은 예능 및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패러디로 등장하며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으로 작동됐다. 여성은 일을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편견이 담긴 말로 굳어졌던 것이다. 해당 연예인들이 한 행동에 비해 파장이 컸던 배경에는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정작 그 사태에 책임져야 할 곳들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두 연예인의 발언이 녹취된 영상 유출(그것도 부분적으로 노출)과 후속 대처에 대한 책임은 엄연히 MBC 제작진에 있다. 특정 연예인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를 낸 디스팩트로 인해 후폭풍이 더욱 커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켜봤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전에 특정인을 겨냥해 매장하는 인터넷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 사건을 MBC4·15총선 개표방송에서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개표방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컸다. 한국사회에서 선거란 정책대결과 무관하게 이뤄져 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미디어의 역할 또한 그곳에 있다. ‘동작을에 출마한 두 정치인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MBC 개표방송은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여성혐오를 가져와 선거의 장을 여성들의 감정싸움으로 끌어내렸다. 한국사회가 여성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각 그대로 말이다.

 

논란이 커지자, MBC 성장경 앵커는 개표방송 도중 “‘동작을개표상황을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이 여성혐오성 표현이라는 일부 시청자분들의 지적이 있었다의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만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가 진정 문제를 정확히 알았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 여성혐오 표현 그리고 그 시각을 사과해야 했다.

 

‘여혐’ 정영진을 싱글벙글쇼 진행자로 낙점(?)

 

지난 5MBC 라디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진행자가 배기성-정영진으로 교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정영진이라는 인물이 과거 방송에서 여혐발언을 쏟아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정영진이 어떤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젠더 토크쇼를 표방한 EBS <까칠남녀>를 주목해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정영진은 빅데이터 전문가로 출연했다. 그는 2017327일 첫 방송부터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이 (따로)있다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여자한테 최적화돼있다남자는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던, 돈을 벌어오는데 최적화된 몸이라고 설명한다. 그 근거로 남자가 왜 여자보다 근육량이 많겠냐라는 등 궤변을 쏟아낸 인물이 바로 정영진이다. 그는 남자라서 (사회에서)받는 혜택이 뭐가 있죠?”라고 묻는 등 낙제에 가까운 젠더감수성을 보여줬다. 아래는 정영진이 <까칠남녀>에서 보여준 문제 있는 발언의 일부일 뿐이다.

 

“(피임-임신에 대한 불안한 여성)본인의 몸은 본인이 지켜야

- ‘오빠 한 번 믿어봐 '피임전쟁'’ (201743)

 

“20, 21, 22살 이 때쯤 나이는 남성들이 자신들의 성적 에너지가 정말 폭발할 시절이에요. 그 시절을 2년 동안 묶어두고 있어요. 그 가혹한 짓을 한 나라(국가, 정부)가 이 정도 숨통 튈 수 있을 정도 사진(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보여줄 정도도 이해 못하게 해준다는 것은 너무 잔인 한 거 아닌가

- ‘여자도 군대 가라!’ (2017515)

 

독특하게 여기 계신 여성분들은 데이트비용도 많이 내셨고 적극적으로 메뉴도 잘 얘기하시거나, 주도적으로 데려가신 분들인데,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상당수의 여성분들은 남자친구가 나와 데이트를 할 때 적어도 데이트 코스 정도는 미리 정해오고 그 다음에 데이트 비용도 그 친구가 지불하되 나도 한 두 개는 내줄 수 있고 정도란 말이에요. 결국, 넓은 의미로 보면 내가 이 만큼 놀아줬으니까 넌 이만큼 해야 돼. 전 넓은 의미로 보면 매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중략)그러니까, 이 관계인거에요. 난 돈을 낼게. 너는 나에게 즐거움을 줘

사회적 약자로서 스스로 규정하면서 여러 가지 혜택은 다 받아가면서도 사회적 약자로서 생겨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거부하겠다는 거거든요.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 건 별로 원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로서 받아야 하는 혜택(여성전용 등)은 받고 싶다는 거잖아요.”

_‘남자들이여 일어나라(2017820)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는 말 하나로 성희롱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다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그런 말로서의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고 하는 건 성희롱이 가능하지만, 나 혼자 술 마시는데 술을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인데라고 하는 건 전혀 상관이 없는 것

부장님들이 이런 저런 농담들 하시잖아요. 아재개그, 음담패설도 하시고. 그걸 보면서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안쓰럽게 한편으로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이 인생을 통해서 배웠던 유머가 딱 거기까지 인거에요. 여자 얘기해야 상사들이 좋아하고. 이런 것이 체화된 게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거니. 물론, 기분이 나쁘고 여기에 대해서 뭔가 얘기하거나 반격도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 짠한 느낌. 왜냐하면, 어쨌든 그 분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아들일거에요

-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2017828)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여성혐오 프레임이라는 의견들이 있는데)여성혐오요? 여성혐오가 아닌 게 없어요. 예를 들어, 차 문을 열어줍니다. 여성 혐오에요. 여성을 나약한 존재로 보다니. 그래서 차 문을 안 열어줘요. ‘아니 사회적 약자를 배려 안 해?’. 여성혐오죠. 그래서 문 열어 달라고 할 때에만 열어줄게라고 하면 그것도 여성혐오에요. ? ‘여성이 문 열어달라고 하는 그런 이기적인 존재야?’ 모든 게 다 여성혐오에요. 그런 여성혐오 라벨을 붙이는 거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하지 말고 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인정을 해야지. 반박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 ‘여자의 적은 여자?’ (20171127)

 

<까칠남녀>에서도 강조했듯 여성용 경구피임약은 한 달을 꼬박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복용해야만 피임효과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규칙성이다. 하루라도 거르면 피임효과가 떨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호르몬을 주성분으로 배란을 억제하는 방법의 피임이기 때문에 모든 여성에게 적합하진 않다. 피임을 통한 성병예방까지 고려한다면 사실 콘돔만큼 안전한 게 없는 게 이날 패널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영진은 콘돔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성관계는 서로 간의 좋은 느낌이 우선이라며 그 느낌이 상당 부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자들에 콘돔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도 피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노력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제가 있는 발언은 계속됐다. 정영진은 경구 피임약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되자 피임약에 부작용이 많다고 하면 제약회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은 것이라며 경구 피임약은 안전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들은 부작용 우려로)안 먹는 게 문제지, 오히려 권장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남성용경구피임약이 출시됐다고 하자 말이 달라진다. 여성들에게는 경구피임약을 권장하던 정영진은 나는 안 먹을 것이라고 딴소리를 했다.

 

젠더에 대해 무지해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은 일면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태도이다. 그는 토론을 통해 잘못된 사고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본인이 가진 궤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짜증어린 모습을 보일 뿐. 그는 201711월 말 정치 팟캐스트 <청정구역>에 출연해 “<까칠남녀> 여성분들 주장은 너무 답답하다며 연출 및 출연자들을 깎아 내렸다. 이날 이동형 진행자는 정영진에게 그걸 다 받아주고 있냐. 나 같으면 이 X년아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영진은 <까칠남녀>에서 하차했다.

 

그런 정영진이 MBC라디오 <싱글벙글쇼> 후임 진행자로 낙점된 것이다.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MBC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정영진은 MBC <100분토론> ‘남혐 VS 여혐... 대한민국을 흔드는 위험한 이분법(2018724)성 평등인가? 역차별인가?’ (2019212)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도 패널선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쯤 되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MBC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MBC가 여혐을 좋아하나? 아니면 그냥 여혐 논란 정영진을 좋아하는 것인가.

 

‘설리’가 안 불편한 MBC가 문제였던 게 아닐까

 

MBC는 개편을 맞아 <다큐플렉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MBC스페셜>에서 프로그램명이 바뀐 만큼 방송에도 변화를 줬다. 김진만 PD넘쳐나는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공중파의 다큐멘터리가 보여줘야 할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탄생하게 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다큐플렉스>에서 두 번째 아이템으로 올린 것은 설리(본명 최진리)’였다. 아이돌 그룹 ‘f(x)’ 출신 배우였던 설리는 스물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MBC에서 다큐멘터리로 설리를 다룬다고 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의아심이 일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계기가 필요하진 않을 수 있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라는 제목과 기회의도대로 사회에 정확한 메시지를 준다면 말이다.

 

설리가 사망에 이르는 원인과 과정에 있어서 한국사회가 어느 정도 합의했던 게 있다고 믿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가 보여준 태도였다.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라던 설리의 모든 행위를 기행으로 읽으며 조회수로 낚았던 언론매체들. 그 언론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물론 여전히 바뀌진 않고 있다. 그 테두리 안에 MBC가 있다. 그렇기에 MBC <다큐플렉스>설리 편예고가 나왔을 때부터 그런 질문이 쏟아졌다. “설리가 불편했느냐는 질문을 던질 자격이 MBC에 있느냐.”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큐플렉스> ‘설리 편이 방영됐다. 그리고 본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 같은 의심확신으로 돌아섰다. MBC는 설리를 가십으로 삼았던 매체와 기자들에게 마이크를 줬다. 설리의 사망에 있어서 가장 먼저 반성해야 할 대상들이 MBC 방송을 통해 사회를 꾸짖도록 둔 것이다. 설리의 팬들이 화가 난 부분 중 하나다.

 

해당 편이 나가고 다음 날, MBC는 하나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자체 최고의 시청률’. <다큐플렉스>를 지켜보던 팬들은 방송 내내 불편함을 토로했었다. 그런 분위기는 안중에도 없었단 말인가. 결국, 화가 난 설리의 지인은 SNS를 통해 이 방송은 무얼 위해 기획된 건가요?”라며 진리의 일기장은 왜 공개를 하신 건가요? 이 방송을 통해 진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건 정말 진리를 위한 거였나요?”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지인들만이 아니었다. 시청자들 다수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다큐플렉스>가 나간 후 설리의 전 남자친구는 곤혹을 치러야 했으며, 설리의 지인들과 오빠의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MBC다시보기서비스를 중단했다.

 

<다큐플렉스> 런칭 과정에서 김진만 PD플렉스라는 뜻에는 유연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팩트라는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서 다큐멘터리가 딱딱한 논문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딱딱한 것과 어떤 관점에서 다룰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MBC가 네이버 V라이브 <진리상점>을 통한 설리의 기자님들, 저 좀 예뻐해주세요라던 읍소를 조금 더 중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MBC 공채 시험에 등장한 질문, “‘피해자’와 ‘피해호소인’ 어떤 게 적절?”

 

MBC 신입기자 공채 필기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SNS가 떠들썩해졌다. MBC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호칭의 적절성을 물었는데 그것은 ‘2차가해논란이 벌어진 것. MBC 필기시험 문제는 아래와 같다.

 

MBC 필기시험 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피해자란 단어를 쓰면 성추행을 기정사실화 하게 된다피해호소인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칭했다. 반대쪽에서는 기존 관행과 달리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성범죄 사건에서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고 2차 피해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당신은 피해호소인(피해고소인)’피해자중 어떤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 (3의 적절한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

 

MBC 공채 시험에 등장한 피해호소인용어가 문제인 것은 2차가해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박원순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진실을 알 수 없으니 피해자가 아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가해자가 사망하면 성폭력이 없었던 일이 되는가. 피해자는 그 피해를 그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인가. 결국 피해호소인용어는 백래시의 전형적인 형태로 드러났다는 말이다. 그런데, MBC는 응시생으로 하여금 피해소호인을 선택지로 줬다.

 

문제는 또 있다. ‘피해호소인논란은 일단락됐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미 많은 고통은 받아야 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피해자라고 용어정리가 된 부분이다. 그 질문을 다시 MBC가 던진 것이다.

 

MBC가 공채시험에서 피해호소인을 선택지로 준 것의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다. 회사들이 채용에 있어서 시험을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위함이다. MBC피해호소인질문을 하면서 어떤 인재를 얻으려고 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MBC는 해당 시험문제를 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피해자가 맞는지 피해 호소인이 맞는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은 . 평소 현안을 얼마나 깊게 파악하고 있고, 젠더 문제를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을 보려는 것(이었다). 기자는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비판해야 하고, 객관성을 위해 양쪽 주장을 고르게 듣는 능력이 필요하다. 충실하게 듣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현안을 깊게 증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한 문제였다

 

한마디로 논술실력을 보고 싶었다는 거다. 만일, ‘피해호소인이 맞다고 보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좋은 논리를 세웠다면 MBC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논리력을 본 질문이기 때문에 아마 1위로 뽑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자가 젠더 이슈와 관련해 어떤 기사들을 생산해낼 수 있을까. 정작 한국사회에 부족하고 필요한 건 올바른 젠더 관점을 가진 기자가 아닐까. 오늘날 무수한 언론사에서 쏟아지고 있는 젠더 관련 문제들만 봐도 답은 나온다.

 

MBC는 논란이 커지자 14문화방송은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문화방송은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성인지 감수성 재점검”한다던 MBC, 기안84은 곧바로 복귀

 

MBC성인지 감수성 재점검하겠다고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가 떴다. “MBC <나혼자산다> 복귀”, “스튜디오촬영 마무리가 그것.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MBC의 결정을 이미 예상했었다고들 입을 모았다.

 

기안84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된 사건은 <복학왕> 303·304화에서 나타났다. 여자 주인공인 봉지은이 대기업 인턴을 마치고 정식 입사하는 장면이 그려진 것. 보고서조차도 쓸 줄 모르는 등 실수연발이던 봉지은. 그가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고 입사한 설정이다. 팀장은 회식날 술 취해서 키스 해 버렸지 뭐야~”라고 우기명에게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에 우기명은 잤어요?”라고 물었고 팀장은 !!”라고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독자들은 해당 장면이 대기업 팀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입사한 것처럼 희화화했다고 비판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그 자체로 부적절한 내용이다. ‘취업영역에서 좁혀 생각해볼 때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들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깔린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2018년 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남성 지원자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사실이지 않나.

 

기안84 웹툰은 끊임없이 젠더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학캠퍼스 속 여성들의 가방에는 임신테스트기가 꽂혀 있었다. 방학을 마치고 난 개강 이후의 모습은 더했다. 여학생들이 임신 혹은 출산을 한 것으로 그려졌다. 대사도 논란이 컸다. ‘늙은 여성은 맛이 없다거나 내 나이 30.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가 없었다는 등의 그릇된 관점을 드러냈다.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키핑해둔 와인이라며 언제든 성관계가 가능한 존재로 묘사했다. 뚱뚱한 여성이 걸어갈 때 그의 만화에서는 쿵쿵이라는 의성어가 적시됐다. 기안84가 평소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너무나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가 웹툰을 그리면서 사용하는 예명 기안84’의 뜻은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김희민 씨에겐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 뿐만은 아니다. 기안84혐오는 사회적 소수자를 향하기도 한다. 지난해 5<복학왕> 249세미나2’ 편에서 생산직으로 취업한 우기명은 낙후된 시설의 세미나 장소에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특정 국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노동자는 우리 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 거다라고 감격에 겨운 반응을 보이도록 그렸다. 해당 편에서는 회사의 비전요구하는 질문에 내 비전도 없는데라며 생산직 노동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동 웹툰 248화에서는 청각장애인으로 등장한 여성이 닭꼬치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닥꼬티 하나 얼마에요?”라고 어눌하게 말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단순히 대사만이 아니었다. 독백장면에서도 그 여성은 “(소스를)마이 뿌뎌야지”, “딘따 먹고 딥엤는데라고 적시돼 있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공식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안84는 마마무 화사를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그리는 등 지인능욕이라는 오명도 썼다.

 

문제는 MBC. MBC <나혼자산다>는 기안84의 행동이 논란이 될 때마다 철이 없다’,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서툴다라는 것으로 용서했다. 누가 용서할 권리를 MBC에 줬는지 모르겠지만 늘 똑같은 모습이다.

 

2019<나혼자산다> 멤버인 성훈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패션워크 무대에 선 적이 있었다. 기안84는 셀럽으로 패션쇼에 섭외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무대를 하던 성훈을 향해 기안84성훈이형이라고 크게 외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 당연히 민폐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기안84의 입에서 나온 말은 패션쇼가 처음이라서였다. MBC<나혼자산다> 패널들의 전혀 아프지 않을 꾸짖음(?) 혹은 친분을 내세워 위로하는 모습을 그대로 방영했다. 그리고 제작진들은 그런 기안84을 향해 초딩84’, 반복되는 사과를 하는 기안84라는 뜻으로 애플84’라고 단순 해프닝으로 희화화 해버렸다.

 

기안84의 반복되는 논란 그리고 반복되는 MBC의 두둔.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나혼자산다>에 복귀한 기안84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 “제가 참 많이 부족하고 죽기 전까지 완벽해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라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박세리와 박나래는 각각 저도 아직 배워가면서 살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딨냐고 위로했다. 물론, MBC는 자막을 통해 반가운 얼굴들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예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복귀였다.

 

그 누구도 기안84완벽을 요구하지 않았다.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던 거다. 사람들이 기안84의 반성에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 논란의 반복에 MBC는 책임이 없느냐고 말이다. MBC는 기안84방송인으로 이끈 대표적 방송사다. MBC는 기안84무례한 행동을 기존에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로 띄웠다. 그리고 논란이 될 때마다 애플84’라고 두둔해왔다. 그것이 기안84를 괴물(?)로 키워낸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다.

 

다방면에서 터진 ‘젠더’ 이슈들

 

위와 같이 MBC에서 젠더 관련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문제는 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4·15총선 개표방송부터 라디오 <싱글벙글쇼>, 시사교양 <다큐플렉스>, 예능 <나혼자산다> 그리고 신입기자 공채를 담당했을 인사팀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논란이 됐다.

 

떠 올려야 할 사안이 하나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해 4MBC시청자위원회에 하나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MBC <킬빌> 무대장치에서 ‘I몰카문구가 노출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당시 보도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MBC 인권감수성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에서는 <킬빌> ‘I몰카노출 사태 이후에도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의 윤지오 씨 인터뷰 도중 장자연 리스트속 인물의 실명을 공개 요청 논란(318), MBC ‘대한민국: 콜롬비아 축구평가전에서 감스트의 인종차별·선수비하 논란(326),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김풍의 장갑 안 끼면 버닝손?’ 드립 논란(329일 방영/인터넷판)까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뉴스와 스포츠중계, 예능 MBC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언론연대는 해당 사건 모두 MBC 구성원들의 부족한 인권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시청자위원회에서 제 역할을 주문했었다.(MBC의 젠더감수성 부족 문제는 2020년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해당 보도자료를 보고 MBC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략 정리하면 ‘<킬빌> 프로그램에 관해서만 언급하지 왜 다른 사건까지 언급하느냐는 항의성 전화였다.

 

1년이 넘게 지났다. 2020MBC는 어떤가. MBC젠더관련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문제의 핵심을 피해갔다. 4·15총선 개표방송이 논란이 되자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을 뿐이다. 그것의 결과는 끊임없는 반복되는 관련 문제들이 아닐까.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시대라고 한다. 그 안에서 누구도 피해가기 어렵다. 한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방송사가 시대에 역행한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는데 방송사들은 따라갈 생각조차 없다. 그 결과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MBC가 있다. 과거, MBC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바로 그 시대에 부합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제 MBC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과거처럼 다시 시청자들이 예민한 것이라고 매도할 것인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