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년 첫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는 ‘2021년 주목해야 할 미디어이슈입니다. 새해를 열며 언론시민사회 활동가와 연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Pick은 무엇인가요?”

 

미디어활동가가 Pick 2021년 미디어이슈는?

 

issue 1. 코로나 직격탄 맞은 미디어노동 

미디어운동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2021년 주목해야 할 미디어이슈로 가장 많이 꼽은 주제는 미디어노동의 불안과 비정규직 문제였다. 미디어산업에 만연한 비정규노동이 코로나19와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더욱 위태로워질 거라는 우려였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박장준 조직국장은 코로나로 인해 미디어노동은 제작 축소, 노동환경 악화, 고용 불안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방송사, 제작사, 노동조합의 공동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통신기업과 OTT사업자가 주도하는 시장 재편이 미디어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통신3사의 유료방송 삼국시대가 초래할 현장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OTT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OTT서비스의 저가 경쟁과 콘텐츠 IP(지적재산권) 확보 경쟁으로 인해 방송영상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상파방송 현장의 오랜 병폐인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 활동에 참여했던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재학 PD가 죽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변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수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의 희생으로 버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송사, 제작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면서도 용역계약, 프리랜서 계약으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서 작성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역설했다. 그는 방송현장의 군대식 문화와 언어폭력 근절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실시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계약직, 파견직,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도록 조건을 부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모처럼 의미 있는 조치를 내놨지만, 사업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방송사업자들이 아주 형식적인 실태자료를 제출하고 개선방안에는 알맹이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제정,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 생계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은 시급한 과제다. 박장준 조직국장은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부터 피해를 입었으나 방송사/제작사 등 사업자의 지원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산업현장의 위기만이 아니다. 독립미디어, 공동체방송영역은 또 다른 사각지대다. 미디액트 최은정 정책팀장은 공동체미디어와 독립영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수많은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배제되고 있다며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issue 2.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공적 통제

 

미디어운동 활동가와 연구자의 관심을 받은 두 번째 이슈는 미디어플랫폼의 독과점과 콘텐츠 지배력이었다. 박장준 조직국장은 지금까지 플랫폼이 지상파방송사업자와 대형 제작사를 콘텐트 파트너로 삼았다면, 지금부터 플랫폼은 주도적으로 콘텐트를 생산하고 콘텐트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는 유료방송 삼국시대 개막 ‘OTT 사업자의 춘추전국시대라는 시장구조의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다수의 콘텐츠 공급자가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저가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한 OTT사업자와 제휴한 망사업자들이 OTT 끼워 팔기에 나서면서 결합상품 판매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침해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가 “OTT, 유튜브, 포털, IPTV 등 플랫폼사업자의 미디어 서비스 및 콘텐트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2021년 상반기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포털 뉴스서비스를 포함한 댓글, 실시간 검색어 등 알고리즘의 정치적 공정성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이를 계기로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이슈가 제기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이와 관련해 선정적인 기사가 관심과 조회수를 높이는 뉴스플랫폼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논의가 언론계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 규제와 거대 IT기업에 대한 통제는 중요한 제도적 이슈이기도 하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2021년에는) 글로벌 OTT가 더욱 성장하고, 새로운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은 OTT의 법적 지위 확립 및 규제, 지원 등의 정책 마련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같은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 IT 공룡으로의 집중과 독점이 심화되는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 IT 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조세 회피, 미디어로서의 영향력, 독점력을 이용한 불공정 경쟁 등 여러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에서도 그들의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ssue 3. ‘나쁜 뉴스의 해법은 미디어리터러시와 시민의 미디어 참여

 

가짜뉴스는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치권은 팩트체크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시하지만 미디어활동가들의 선택은 미디어리터러시였다. 이수희 사무국장은 정부가 가짜뉴스 때려잡겠다고 온 국민 대상 팩트체크 교육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팩트체크 교육 보다 중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라며 정부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론 미디어계의 자성과 혁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미디어의 역할, 다양성을 존중하고 확장하는 미디어인권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미디어리터러시는 수용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의 미디어 접근과 참여, 생산의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최은정 팀장은 미디어 활동의 폭발적 증가,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의 홍수 속에 미디어/콘텐츠를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할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 누구나 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공동체마을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장수정 대표는 비대면의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나게 할 것인가? 줌이나 웹 엑스 등의 프로그램은 이제 주민들도 쉽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공동체마을미디어가) 더 평등한 미디어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위한 기술보급과 미디어 교육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지역 공동체라디오가 더 다양한 지역의 이슈를 담아낼 수 있도록 공동체라디오를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issue 4. 미디어 제도 개편

 

미디어 환경변화에 맞춘 법제도 개편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과연 올해는 미디어 정부조직과 법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우며 새로운 환경에서 제기되는 정책과제들을 실현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다.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미디어혁신위원회 준비 TF’를 추진(미디어스, 11.24)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를 두고 “‘준비하는 ‘TF’ 추진하겠다는 3단계 논법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미디어 구조개편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기구 설치도 관심사다. 김동준 소장은 설치된다는 전제 하에 (주요 논의결과가) 차기 대선의 공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미디어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을 우선과제로 꼽으며 가짜뉴스, 공영방송 지배구조, 언론개혁 등도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정책이슈로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제도 개선과 해묵은 과제인 광고제도 개편 문제가 꼽혔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최근 제기된 종편·보도채널 승인제도 폐지 논란을 언급하며 언론을 품고 있는 방송의 영향력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그만큼 그에 대한 정책에는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석현 팀장은 광고제도개편에 대해서도 광고 없는 OTT, 유튜브 등과 상대해야하는 환경에서 광고규제 완화가 방송 콘텐츠의 질과 양을 풍성하게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상반기 중 전면적인 제도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광고규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 주요 issue

 

정보통신영역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2020 1월 개인정보 보호법을 비롯한 소위 데이터 3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가명정보의 동의 없는 영리적 활용 및 결합이 가능해졌다. 오병일 대표는 그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2차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의제인,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항들이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공적규제도 주목해야 할 이슈이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발표했다. 그를 두고 오병일 대표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에는 인권보장, 다양성, 책임성, 투명성 등 좋은 말들이 많지만, 정부는 정작 직접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라면서 인공지능 윤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규제들을 마련해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역 공론장의 정상화도 지난한 과제다. 이수희 사무국장은 지방정부 광고와 협찬으로 지역 언론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보도자료 베껴 쓰기, 지자체 광고 나눠먹기, 홍보성 기사 등의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지역성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무국장은 같은 수신료를 내지만, 지역시청자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여전하다 수신료 혜택이 (지역으로)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공영방송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장준 조직국장은 “‘6개월 방송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행정처분을 받은 MBN이 종합편성채널, 나아가 방송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답했다. MBN의 대응부터 MBN의 선택과 미래가 미디어시장에 미칠 영향은 큰 수밖에 없다. 박 조직국장은 방송사업 진출을 선언한 한겨레가 어떤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차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선거도 이슈로 뽑혔다. 올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임원선거는 14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경영 악화와 저널리즘 불신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언론노동운동의 방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021년 주목해야 할 미디어이슈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건강한 경쟁을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와 사회적 책무, 비정규직 고용 개선 등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설문 결과, 해묵은 과제와 새로운 이슈들이 다양하게 제기됐지만 언론미디어운동의 본질은 변함없다. 최은정 팀장은 미디어는 끊임없이 사회 변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행동해 왔다. 사회 정의를 도모하는 미디어에 주목하고 사회적 가치를 다시금 발굴하고 북돋기 위한 미디어운동과 연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순) :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조직국장,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최은정 미디액트 정책팀장,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Posted by PC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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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는 ‘2021년 주목해야 할 미디어이슈입니다. 새해를 열며 언론시민사회 활동가와 연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Pick은 무엇인가요?”

 

미디어활동가가 Pick 2021년 미디어이슈는?

 

issue 1. 코로나 직격탄 맞은 미디어노동

미디어운동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2021년 주목해야 할 미디어이슈로 가장 많이 꼽은 주제는 미디어노동의 불안과 비정규직 문제였다. 미디어산업에 만연한 비정규노동이 코로나19와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더욱 위태로워질 거라는 우려였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박장준 조직국장은 코로나로 인해 미디어노동은 제작 축소, 노동환경 악화, 고용 불안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방송사, 제작사, 노동조합의 공동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통신기업과 OTT사업자가 주도하는 시장 재편이 미디어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통신3사의 유료방송 삼국시대가 초래할 현장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OTT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OTT서비스의 저가 경쟁과 콘텐츠 IP(지적재산권) 확보 경쟁으로 인해 방송영상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상파방송 현장의 오랜 병폐인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 활동에 참여했던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재학 PD가 죽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변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수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의 희생으로 버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송사, 제작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면서도 용역계약, 프리랜서 계약으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서 작성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역설했다. 그는 방송현장의 군대식 문화와 언어폭력 근절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실시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계약직, 파견직,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도록 조건을 부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모처럼 의미 있는 조치를 내놨지만, 사업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방송사업자들이 아주 형식적인 실태자료를 제출하고 개선방안에는 알맹이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제정,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 생계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은 시급한 과제다. 박장준 조직국장은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부터 피해를 입었으나 방송사/제작사 등 사업자의 지원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산업현장의 위기만이 아니다. 독립미디어, 공동체방송영역은 또 다른 사각지대다. 미디액트 최은정 정책팀장은 공동체미디어와 독립영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수많은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배제되고 있다며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issue 2.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공적 통제

 

미디어운동 활동가와 연구자의 관심을 받은 두 번째 이슈는 미디어플랫폼의 독과점과 콘텐츠 지배력이었다. 박장준 조직국장은 지금까지 플랫폼이 지상파방송사업자와 대형 제작사를 콘텐트 파트너로 삼았다면, 지금부터 플랫폼은 주도적으로 콘텐트를 생산하고 콘텐트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는 유료방송 삼국시대 개막‘OTT 사업자의 춘추전국시대라는 시장구조의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다수의 콘텐츠 공급자가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저가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한 OTT사업자와 제휴한 망사업자들이 OTT 끼워 팔기에 나서면서 결합상품 판매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침해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가 “OTT, 유튜브, 포털, IPTV 등 플랫폼사업자의 미디어 서비스 및 콘텐트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2021년 상반기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포털 뉴스서비스를 포함한 댓글, 실시간 검색어 등 알고리즘의 정치적 공정성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이를 계기로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이슈가 제기될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이와 관련해 선정적인 기사가 관심과 조회수를 높이는 뉴스플랫폼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논의가 언론계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 규제와 거대 IT기업에 대한 통제는 중요한 제도적 이슈이기도 하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2021년에는) 글로벌 OTT가 더욱 성장하고, 새로운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미디어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은 OTT의 법적 지위 확립 및 규제, 지원 등의 정책 마련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같은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 IT 공룡으로의 집중과 독점이 심화되는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 IT 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조세 회피, 미디어로서의 영향력, 독점력을 이용한 불공정 경쟁 등 여러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에서도 그들의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ssue 3. ‘나쁜 뉴스의 해법은 미디어리터러시와 시민의 미디어 참여

 

가짜뉴스는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치권은 팩트체크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시하지만 미디어활동가들의 선택은 미디어리터러시였다. 이수희 사무국장은 정부가 가짜뉴스 때려잡겠다고 온 국민 대상 팩트체크 교육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팩트체크 교육 보다 중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라며 정부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론 미디어계의 자성과 혁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미디어의 역할, 다양성을 존중하고 확장하는 미디어인권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미디어리터러시는 수용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의 미디어 접근과 참여, 생산의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최은정 팀장은 미디어 활동의 폭발적 증가,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의 홍수 속에 미디어/콘텐츠를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할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 누구나 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공동체마을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장수정 대표는 비대면의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나게 할 것인가? 줌이나 웹 엑스 등의 프로그램은 이제 주민들도 쉽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공동체마을미디어가) 더 평등한 미디어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위한 기술보급과 미디어 교육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지역 공동체라디오가 더 다양한 지역의 이슈를 담아낼 수 있도록 공동체라디오를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issue 4. 미디어 제도 개편

 

미디어 환경변화에 맞춘 법제도 개편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과연 올해는 미디어 정부조직과 법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우며 새로운 환경에서 제기되는 정책과제들을 실현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다.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미디어혁신위원회 준비 TF’를 추진(미디어스, 11.24)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를 두고 “‘준비하는 ‘TF’추진하겠다는 3단계 논법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미디어 구조개편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기구 설치도 관심사다. 김동준 소장은 설치된다는 전제 하에 (주요 논의결과가) 차기 대선의 공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미디어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을 우선과제로 꼽으며 가짜뉴스, 공영방송 지배구조, 언론개혁 등도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정책이슈로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제도 개선과 해묵은 과제인 광고제도 개편문제가 꼽혔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최근 제기된 종편·보도채널 승인제도 폐지논란을 언급하며 언론을 품고 있는 방송의 영향력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그만큼 그에 대한 정책에는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석현 팀장은 광고제도개편에 대해서도 광고 없는 OTT, 유튜브 등과 상대해야하는 환경에서 광고규제 완화가 방송 콘텐츠의 질과 양을 풍성하게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상반기 중 전면적인 제도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광고규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 주요 issue

 

정보통신영역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20201월 개인정보 보호법을 비롯한 소위 데이터 3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가명정보의 동의 없는 영리적 활용 및 결합이 가능해졌다. 오병일 대표는 그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2차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의제인,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항들이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공적규제도 주목해야 할 이슈이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발표했다. 그를 두고 오병일 대표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에는 인권보장, 다양성, 책임성, 투명성 등 좋은 말들이 많지만, 정부는 정작 직접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라면서 인공지능 윤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규제들을 마련해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역 공론장의 정상화도 지난한 과제다. 이수희 사무국장은 지방정부 광고와 협찬으로 지역 언론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보도자료 베껴 쓰기, 지자체 광고 나눠먹기, 홍보성 기사 등의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지역성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무국장은 같은 수신료를 내지만, 지역시청자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여전하다수신료 혜택이 (지역으로)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공영방송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장준 조직국장은 “‘6개월 방송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행정처분을 받은 MBN이 종합편성채널, 나아가 방송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답했다. MBN의 대응부터 MBN의 선택과 미래가 미디어시장에 미칠 영향은 큰 수밖에 없다. 박 조직국장은 방송사업 진출을 선언한 한겨레가 어떤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차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선거도 이슈로 뽑혔다. 올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임원선거는 14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경영 악화와 저널리즘 불신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언론노동운동의 방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021년 주목해야 할 미디어이슈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건강한 경쟁을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와 사회적 책무, 비정규직 고용 개선등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설문 결과, 해묵은 과제와 새로운 이슈들이 다양하게 제기됐지만 언론미디어운동의 본질은 변함없다. 최은정 팀장은 미디어는 끊임없이 사회 변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행동해 왔다. 사회 정의를 도모하는 미디어에 주목하고 사회적 가치를 다시금 발굴하고 북돋기 위한 미디어운동과 연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순) :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박장준 희망연대노동조합 조직국장,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최은정 미디액트 정책팀장,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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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언론의 감시기능 및 표현의 자유 위축된다” 말이 불편하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반대에 앞서 언론 피해 예방 및 구제책부터

 

성폭력사건으로 큰 피해를 받았던 반민정 씨는 조덕제와의 끈질긴 법정 싸움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가해자만큼이나 그를 괴롭힌 집단이 있었다. ‘언론들이다.

 

언론매체들은 반민정 씨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2차 가해에 나섰다. 가해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들은 그나마 양반(?)수준이었다. 성폭력 피해자 편인척하며 성폭력 사건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은 고맙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백종원이라는 저명한 이름의 식당에서 식중독을 이유로 부당하게 돈을 요구했다는 황당한 코리아데일리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되면서 그에겐 갈취O’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디스패치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는 영상을 캡처한 그대로 노출한 것도 모자라 영상분석 전문가를 동원해 가해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민정이라는 사람에 꽃뱀이미지가 덧씌워진 상황에서 언론은 마구잡이로 그를 물어뜯었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큰 지지를 받는 이유

 

그러던 중 코리아데일리의 기사(식중독 및 수액사고 후 받은 합의금 등)는 허위·조작 그리고 가해자인 조덕제의 요구에 의해 작성된 기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친분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낸 거였다. 그 후, 코리아데일리 편집장이던 이재포 씨는 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해 일방적인 선입관이 있는 상태에서 취재를 해 과하게 표현했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반민정 씨에 대한 백래시는 끝나지 않았다.

 

반민정 씨에 대한 언론피해는 대법원에서 조덕제에 대한 모든 혐의(강제추행 및 무고)를 유죄로 확정(20189)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조덕제는 법망을 피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반민정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매체들은 발화자인 조덕제의 입맛에 맞도록 기사를 쏟아냈다. 반민정 측이 언론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간 이유였다.

 

그 소송의 결과가 나왔다. 반민정과 함께 공익소송에 나섰던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1117일 홈페이지를 통해 헤럴드경제가 법원의 조정에 따라 정정보도문 게재와 함께 92건의 기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판도라TV는 이미 지난해 10월 법원의 화해권고에 따라 사과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에 대해서는 강제조정 명령이 내려졌다. SBS플러스는 조정을 거부, 소송을 끝까지 진행했고 300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진심으로 궁금하다. 반민정에 대한 언론피해는 그것으로 구제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참고로, 반민정 씨가 허위보도로 인해 구체적 피해가 시작된 시점은 20167월경부터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해당 논란은 당초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0294)에 의해 촉발됐다. 정청래 의원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실효성 있는 (언론피해)구제제도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그리고 9,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통해 기업 등 상인의 영리활동 과정에서 고의·중과실로 인한 피해 유발행위를 억지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입한다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을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에 언론사도 포함된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신문협회 등은 재빠르게 부당하다는 입장부터 내놓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상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언론·출판에 관한 행위 등 표현의 자유는 그 특수성을 고려해 상법의 징벌배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언론관계법에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국가기관이나 고위 공직자, 재벌·대기업 등 권력자가 언론의 의혹제기와 비판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틀린 주장이 아니다.

 

다만, 현재의 논의과정을 지켜보는 게 불편하다. 언론의 감시 기능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 또한 중요하지만 언론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언론피해 예방과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논하는 것은 언제나 뒷전 혹은 후속조치 대상으로 취급되는 것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남는 찜찜함이다. 글 초반에 언급했던 반민정 씨의 사례를 얘기해보자. 반민정 씨가 SBS플러스를 상대로 받은 위자료는 300만원이 전부였다.

 

언론중재위원회 언론판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8(10년 동안)까지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민사 1심판결 중 원고 승소율은 49.31%,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원고승소율은 39.74%라고 한다. 미디어오늘이 2012~2019(8년 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국내 언론사가 잘못된 보도로 지불한 손해배상 총액은 6270882632원으로 나타났다. 확정판결로 금전적 배상이 진행된 소송은 315건으로 평균 손해배상액은 1990만원(33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소비자TV를 제외하면 평균은 946만원)이었다.

 

언론 피해자의 평균 손해배상액은 통상 300만원~500만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반민정 씨의 사례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실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문화일보, 한국경제, 아시아경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피고들은 지속적, 악의적, 반복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해 원고의 명예가 실추됐다면서도 배상액은 한국경제신문 500만원, 문화일보 200만 원을 판결했다. ‘지속적’, ‘악의적’, ‘반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조선일보가 메갈리안 회원 교사라고 보도했던 최현희 씨의 사연은 어떤가. 20178월 조선일보는 <수업시간 퀴어축제보여준 여교사그 초등학교선 , 너 게이냐?” 유행>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로 인해 그는 사이버상에서 온갖 모욕적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20196월 조선일보에는 정정보도가 실렸다. 그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기사화한 부분들이 존재했을 뿐 아니라 허위 사실까지 포함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 최 씨가 조선일보(기자 포함)로부터 받은 위자료는 400만원이 고작이었다. 그만큼 법원의 언론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매우 짠 편이다.

 

통계의 한계도 봐야한다.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이라는 전제는 소송이 진행된사건만이 해당된다. 소송의 문턱까지 가보지도 못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언론피해들이 있다. 변호사 선임 등 소송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과 법원에 오가는 등의 물리적·정신적 이유로 소송을 포기, 언론에 의한 피해를 감내하는 이들이 한국사회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피해자들에 비해 언론사는 거대권력이다

 

여기 한 사건이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엽기토끼와 신발장이라는 제목으로 다룬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1두 남자의 시그니처-엽기토끼와 신발장, 그리고 새로운 퍼즐편을 선보이며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카메라에 담아 방영했다. 그 남자의 집에는 노끈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그 남성이 진범일 것이라고 단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방송이 나간 이후, ‘다른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었다.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113)한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과 관련해 “1차사건 피해자 시신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는 부분은 아무리 기억을 찾아봐도 없다면서 까딱 잘못하다간 사건 방향이라든가 사람들한테 오해를 하게 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영역이기도 하지만 파급력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기본적인 팩트에 대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924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훈 기자는 이 분이 다른 범죄 전력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엽기토끼 살인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될 무렵, 그 인물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 분이 범인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요한 부분은 ‘(그알이)방송될 무렵, 그 인물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문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방송에서 특정된 용의자가 받은 피해들이다. CBS 김정훈 기자는 “(그 분은)별별 일들을 당했다불쑥 사람들이 찾아가서 추궁하고 그걸 고스란히 유튜브에 방송하는 일까지 있었다”, “각종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도 이분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민들도 정확한 내막을 모르니, 떠도는 말만 듣고 두려워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그알저알(그것도저것도알고싶다)>(926)에서는 도준호 PD는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을 거론하며 방송을 했다고 해서 이들이 범인이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방송은 가능성을 말한 것일 뿐이고 여전히 제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제보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확신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이 거대권력을 가진 방송의 영향력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긍정적인 평가들이 분명 존재한다. 미제사건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기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사건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로인해 실제 해당 프로그램이 수사당국으로 하여금 재수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단정적으로 접근하거나 직접 용의자를 특정하는 부분에서 가끔은 위험해보일 때가 있다. 그 방식은 자칫 언론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방송상용의자에 대한 여론재판이 벌어졌던 것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코로나19 이태원클럽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때는 어땠나. 국민일보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코로나19 확진자 해명> 기사를 통해 확진자의 연령대와 주거지,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아웃팅을 했다. 과연, 국민일보는 당사자에게 어떤 피해구제를 했는가. 아마도, 국민일보에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순간 국민적 비난 여론은 다시 들끓을 것이 빤하다. 그 당사자는 언론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생각하기도 못할 상황은 아닐까. 비단, 드러난 사건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일반 시민들에 비해 언론사는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그 권력 앞에 선 피해자들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들이다. 언론사들이 공인’, ‘공적인물을 다룰 때 조심스레 접근한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붙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언론사들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을 고려해가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가.

 

2020, ‘공인에 대한 언론의 자유보다 필요한 목소리는 시민들의 언론피해 예방 및 구제책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언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언론사들은 법무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걱정이 덜하다. 하지만 자칫 한국사회 내에서 작지만 소중한 목소리를 내왔던 소규모 매체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작은 매체이기 때문에 함부로 보도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무기로 누군가 앙심을 품고 소수매체들을 괴롭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의미다. 소규모 매체들 역시 소송에 대한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징벌적 손해배상논의에 앞서, 언론을 중심에 두고 그들보다 많은 권력을 가진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구분이 필요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인해 공인’, ‘공적사안에 대한 언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만큼 2020년 한국에 필요한 목소리는 언론에 의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과 예방책이다. 언론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손해배상액은 터무니없이 낮은 게 현실이고, 피해 예방을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은 게으르다.

 

조덕제 성폭력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언론보도준칙>,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등이 일선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언론사들이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문제가 크게 제기될 때에만 소송을 통해 적은 위자료를 지급하고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언론전반에 깔려 있는 반인권적 취재 관행과 보도 시스템을 바꾸고, 일선 현장 기자들에 대한 꾸준한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아쉽다. 언론현업단체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과 관련해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기 전에 자연인에 대한 언론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구제할 방법을 자발적으로 내놓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는 보다 유의미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의 자유가 가능한 것은 그에 따르는 책무를 다할 때여야 한다는 기본적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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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명예보호인가, 시민의 언론피해구제인가?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여론은 찬성이 압도적이다. 미디어오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81%로 나타났다. “악의적으로 허위보도를 하면 언론사가 망하는 수준의 배상을 묻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최강욱 의원)는 논리에 다수가 공감한 결과로 보인다. 찬성측은 이미 징벌적 손배제를 운영하는 미국을 모델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미국의 징벌적 배상제는 언론사를 처벌하기 훨씬 까다로운 제도이다. 특히 소송을 낸 사람이 공직자이고, 대상이 공적 사안이라면 징벌적 배상은 고사하고 명예훼손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의 명예훼손법은 엉터리이자 수치라 비난하며 어떻게든 이 법을 바꿔보려 안간힘을 썼던 이유이다. 이에 비춰 한국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추진된 건 역설적이다.

 

미국에서는 왜 공직자가 승소하기 힘들까?

 

공직자 명예훼손에서 언론에 대한 면책범위가 우리보다 현저히 넓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사실을 보도하면 아예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 사실을 보도해도 형사법정에 설 수 있는 한국과 다르다.

 

미국은 소송의 원고가 공인이나 공직자일 경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의 악의’(actual malice)라는 법리를 적용한다. 실제의 악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악의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규칙이다. 통상 악의는 나쁜 의도나 해악을 끼칠 욕심을 의미한다. 이런 악의의 개념 하에서는 언론사가 아무리 진실로 여길 만한 믿음을 가졌어도 보도의 동기가 나쁘면 처벌한다. 그러나 실제의 악의에서는 증오, 악의, 적대감정에 기초하여 처벌하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에서는 언론사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했거나, 혹은 진실성에 관하여 중대한 의심을 가지고도 무시했다는 사실을 원고, 즉 공직자가 증명해야 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통상의 민사사건에서 요구되는 비교우위(객관적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로 허위의 인식(knowing falsity)이나 무모한 무시(reckless disregard)를 입증해야만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일단 허위면 위법이 되고, 진실성이나 공익성 등의 면책사유를 피고, 즉 언론사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언론의 항변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진실성이나 상당성을 증명해도 보도의 동기가 더 문제라고 보면 유죄가 된다.

 

두 나라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공직자에 대한 법리다. 미국은 공직자에게 실제의 악의라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 위법성을 판단하는 반면 한국은 공인과 사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동일한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한다.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이익형량을 따질 때에 공인과 사인의 차등을 둘 뿐이다. 이마저도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공직자나 공적 사안에 대한 보도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이냐는 쟁점

 

미국의 공직자 명예훼손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정신은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더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 공직자나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는 사실상 헌법적 특권을 누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도 공직자 보도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언론에 책임을 묻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이미 과도할 정도로 보장받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고 말하고 싶다. 공인을 불문하고 형사소송이 가능하고, 모욕죄 및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표현을 제한하는 규제들이 넘쳐난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이 정치적 문제를 고소와 고발을 통해 형사사건화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징벌적 손배제의 쟁점은 배상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보통의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구제하기 위해 배상금을 현실화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를 위해서라도 공직자나 권력집단이 이 제도를 악용할 소지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려는 목적이 공직자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면 갈등은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공직자나 공적 사안에 대한 보도를 예외로 하거나, 실제의 악의처럼 공직자에게는 심사 기준을 달리하여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배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본질이 아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공직자의 명예보호인가, 시민의 언론피해구제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징벌적 배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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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비평] 2020년의 MBC…개표방송부터 기안84 복귀까지

 

MBC가 위태롭다. MBC는 한 때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었다. <무한도전>은 방송계 예능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등 이른바 눈물시리즈는 친근한 다큐멘터리의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과 4대강 사업의 허구를 보여준 <PD수첩>은 시청자들이 지켜야 하는 엄호 대상이었다. ‘MBC 기자라는 말이 취재현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때도 있었다. 그런 방송사가 바로 MBC였다.

 

그런 MBC에서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2020년도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건은 다음과 같다. MBC 4.15 총선 개표방송 여혐 논란, MBC 라디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진행자 팟캐스트 정영진 교체했다가 번복, MBC <다큐플렉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 방영 및 다시보기 중지, 취재·영상기자 공채 논술 필기시험에서 피해호소인용어 논란으로 재시험 결정,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 기안84의 지속되는 여혐논란에도 복귀. 모두 젠더 감수성 부족에서 나타난 문제들이라 하겠다.

 

4·15총선 개표방송에 등장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우리나라 선거 개표방송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지 오래다. CG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화려할 뿐 아니라, 재미요소로 구성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승패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선거라 하더라도 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1위와 2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소수정당 후보들을 지운다는 비판도 컸다. 개표방송에서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들이다.

 

그런데, 지난 4·15총선 개표방송에서 다르게 논란이 된 방송사가 있었다. 바로 MBC였다. MBC동작을지역구에서 경쟁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소개하며 여혐논란을 일으켰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선거 드라마.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판사 선후배 간의 대결, 결말은?”이라는 코멘트를 내보낸 것. 곧바로 여혐 논란이 벌어졌다.

 

2015MBC <띠동갑과외하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여성 연예인의 감정적 다툼을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였다. 그 사건으로 두 연예인은 모두 2~3년간 방송을 중단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논란이 컸던 말이다. 그 후, 그 말은 예능 및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패러디로 등장하며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으로 작동됐다. 여성은 일을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편견이 담긴 말로 굳어졌던 것이다. 해당 연예인들이 한 행동에 비해 파장이 컸던 배경에는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정작 그 사태에 책임져야 할 곳들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두 연예인의 발언이 녹취된 영상 유출(그것도 부분적으로 노출)과 후속 대처에 대한 책임은 엄연히 MBC 제작진에 있다. 특정 연예인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를 낸 디스팩트로 인해 후폭풍이 더욱 커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켜봤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전에 특정인을 겨냥해 매장하는 인터넷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 사건을 MBC4·15총선 개표방송에서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개표방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컸다. 한국사회에서 선거란 정책대결과 무관하게 이뤄져 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미디어의 역할 또한 그곳에 있다. ‘동작을에 출마한 두 정치인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MBC 개표방송은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여성혐오를 가져와 선거의 장을 여성들의 감정싸움으로 끌어내렸다. 한국사회가 여성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각 그대로 말이다.

 

논란이 커지자, MBC 성장경 앵커는 개표방송 도중 “‘동작을개표상황을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이 여성혐오성 표현이라는 일부 시청자분들의 지적이 있었다의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만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가 진정 문제를 정확히 알았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 여성혐오 표현 그리고 그 시각을 사과해야 했다.

 

‘여혐’ 정영진을 싱글벙글쇼 진행자로 낙점(?)

 

지난 5MBC 라디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진행자가 배기성-정영진으로 교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정영진이라는 인물이 과거 방송에서 여혐발언을 쏟아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정영진이 어떤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젠더 토크쇼를 표방한 EBS <까칠남녀>를 주목해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정영진은 빅데이터 전문가로 출연했다. 그는 2017327일 첫 방송부터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이 (따로)있다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여자한테 최적화돼있다남자는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던, 돈을 벌어오는데 최적화된 몸이라고 설명한다. 그 근거로 남자가 왜 여자보다 근육량이 많겠냐라는 등 궤변을 쏟아낸 인물이 바로 정영진이다. 그는 남자라서 (사회에서)받는 혜택이 뭐가 있죠?”라고 묻는 등 낙제에 가까운 젠더감수성을 보여줬다. 아래는 정영진이 <까칠남녀>에서 보여준 문제 있는 발언의 일부일 뿐이다.

 

“(피임-임신에 대한 불안한 여성)본인의 몸은 본인이 지켜야

- ‘오빠 한 번 믿어봐 '피임전쟁'’ (201743)

 

“20, 21, 22살 이 때쯤 나이는 남성들이 자신들의 성적 에너지가 정말 폭발할 시절이에요. 그 시절을 2년 동안 묶어두고 있어요. 그 가혹한 짓을 한 나라(국가, 정부)가 이 정도 숨통 튈 수 있을 정도 사진(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보여줄 정도도 이해 못하게 해준다는 것은 너무 잔인 한 거 아닌가

- ‘여자도 군대 가라!’ (2017515)

 

독특하게 여기 계신 여성분들은 데이트비용도 많이 내셨고 적극적으로 메뉴도 잘 얘기하시거나, 주도적으로 데려가신 분들인데,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상당수의 여성분들은 남자친구가 나와 데이트를 할 때 적어도 데이트 코스 정도는 미리 정해오고 그 다음에 데이트 비용도 그 친구가 지불하되 나도 한 두 개는 내줄 수 있고 정도란 말이에요. 결국, 넓은 의미로 보면 내가 이 만큼 놀아줬으니까 넌 이만큼 해야 돼. 전 넓은 의미로 보면 매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중략)그러니까, 이 관계인거에요. 난 돈을 낼게. 너는 나에게 즐거움을 줘

사회적 약자로서 스스로 규정하면서 여러 가지 혜택은 다 받아가면서도 사회적 약자로서 생겨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거부하겠다는 거거든요.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 건 별로 원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로서 받아야 하는 혜택(여성전용 등)은 받고 싶다는 거잖아요.”

_‘남자들이여 일어나라(2017820)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는 말 하나로 성희롱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다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그런 말로서의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고 하는 건 성희롱이 가능하지만, 나 혼자 술 마시는데 술을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인데라고 하는 건 전혀 상관이 없는 것

부장님들이 이런 저런 농담들 하시잖아요. 아재개그, 음담패설도 하시고. 그걸 보면서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안쓰럽게 한편으로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이 인생을 통해서 배웠던 유머가 딱 거기까지 인거에요. 여자 얘기해야 상사들이 좋아하고. 이런 것이 체화된 게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거니. 물론, 기분이 나쁘고 여기에 대해서 뭔가 얘기하거나 반격도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 짠한 느낌. 왜냐하면, 어쨌든 그 분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아들일거에요

-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2017828)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여성혐오 프레임이라는 의견들이 있는데)여성혐오요? 여성혐오가 아닌 게 없어요. 예를 들어, 차 문을 열어줍니다. 여성 혐오에요. 여성을 나약한 존재로 보다니. 그래서 차 문을 안 열어줘요. ‘아니 사회적 약자를 배려 안 해?’. 여성혐오죠. 그래서 문 열어 달라고 할 때에만 열어줄게라고 하면 그것도 여성혐오에요. ? ‘여성이 문 열어달라고 하는 그런 이기적인 존재야?’ 모든 게 다 여성혐오에요. 그런 여성혐오 라벨을 붙이는 거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하지 말고 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인정을 해야지. 반박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 ‘여자의 적은 여자?’ (20171127)

 

<까칠남녀>에서도 강조했듯 여성용 경구피임약은 한 달을 꼬박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복용해야만 피임효과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규칙성이다. 하루라도 거르면 피임효과가 떨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호르몬을 주성분으로 배란을 억제하는 방법의 피임이기 때문에 모든 여성에게 적합하진 않다. 피임을 통한 성병예방까지 고려한다면 사실 콘돔만큼 안전한 게 없는 게 이날 패널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영진은 콘돔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성관계는 서로 간의 좋은 느낌이 우선이라며 그 느낌이 상당 부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자들에 콘돔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도 피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노력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제가 있는 발언은 계속됐다. 정영진은 경구 피임약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되자 피임약에 부작용이 많다고 하면 제약회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은 것이라며 경구 피임약은 안전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들은 부작용 우려로)안 먹는 게 문제지, 오히려 권장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남성용경구피임약이 출시됐다고 하자 말이 달라진다. 여성들에게는 경구피임약을 권장하던 정영진은 나는 안 먹을 것이라고 딴소리를 했다.

 

젠더에 대해 무지해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은 일면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태도이다. 그는 토론을 통해 잘못된 사고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본인이 가진 궤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짜증어린 모습을 보일 뿐. 그는 201711월 말 정치 팟캐스트 <청정구역>에 출연해 “<까칠남녀> 여성분들 주장은 너무 답답하다며 연출 및 출연자들을 깎아 내렸다. 이날 이동형 진행자는 정영진에게 그걸 다 받아주고 있냐. 나 같으면 이 X년아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영진은 <까칠남녀>에서 하차했다.

 

그런 정영진이 MBC라디오 <싱글벙글쇼> 후임 진행자로 낙점된 것이다.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MBC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정영진은 MBC <100분토론> ‘남혐 VS 여혐... 대한민국을 흔드는 위험한 이분법(2018724)성 평등인가? 역차별인가?’ (2019212)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도 패널선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쯤 되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MBC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MBC가 여혐을 좋아하나? 아니면 그냥 여혐 논란 정영진을 좋아하는 것인가.

 

‘설리’가 안 불편한 MBC가 문제였던 게 아닐까

 

MBC는 개편을 맞아 <다큐플렉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MBC스페셜>에서 프로그램명이 바뀐 만큼 방송에도 변화를 줬다. 김진만 PD넘쳐나는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공중파의 다큐멘터리가 보여줘야 할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탄생하게 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다큐플렉스>에서 두 번째 아이템으로 올린 것은 설리(본명 최진리)’였다. 아이돌 그룹 ‘f(x)’ 출신 배우였던 설리는 스물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MBC에서 다큐멘터리로 설리를 다룬다고 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의아심이 일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계기가 필요하진 않을 수 있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라는 제목과 기회의도대로 사회에 정확한 메시지를 준다면 말이다.

 

설리가 사망에 이르는 원인과 과정에 있어서 한국사회가 어느 정도 합의했던 게 있다고 믿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가 보여준 태도였다.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라던 설리의 모든 행위를 기행으로 읽으며 조회수로 낚았던 언론매체들. 그 언론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물론 여전히 바뀌진 않고 있다. 그 테두리 안에 MBC가 있다. 그렇기에 MBC <다큐플렉스>설리 편예고가 나왔을 때부터 그런 질문이 쏟아졌다. “설리가 불편했느냐는 질문을 던질 자격이 MBC에 있느냐.”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큐플렉스> ‘설리 편이 방영됐다. 그리고 본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 같은 의심확신으로 돌아섰다. MBC는 설리를 가십으로 삼았던 매체와 기자들에게 마이크를 줬다. 설리의 사망에 있어서 가장 먼저 반성해야 할 대상들이 MBC 방송을 통해 사회를 꾸짖도록 둔 것이다. 설리의 팬들이 화가 난 부분 중 하나다.

 

해당 편이 나가고 다음 날, MBC는 하나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자체 최고의 시청률’. <다큐플렉스>를 지켜보던 팬들은 방송 내내 불편함을 토로했었다. 그런 분위기는 안중에도 없었단 말인가. 결국, 화가 난 설리의 지인은 SNS를 통해 이 방송은 무얼 위해 기획된 건가요?”라며 진리의 일기장은 왜 공개를 하신 건가요? 이 방송을 통해 진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건 정말 진리를 위한 거였나요?”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지인들만이 아니었다. 시청자들 다수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다큐플렉스>가 나간 후 설리의 전 남자친구는 곤혹을 치러야 했으며, 설리의 지인들과 오빠의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MBC다시보기서비스를 중단했다.

 

<다큐플렉스> 런칭 과정에서 김진만 PD플렉스라는 뜻에는 유연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팩트라는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서 다큐멘터리가 딱딱한 논문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딱딱한 것과 어떤 관점에서 다룰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MBC가 네이버 V라이브 <진리상점>을 통한 설리의 기자님들, 저 좀 예뻐해주세요라던 읍소를 조금 더 중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MBC 공채 시험에 등장한 질문, “‘피해자’와 ‘피해호소인’ 어떤 게 적절?”

 

MBC 신입기자 공채 필기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SNS가 떠들썩해졌다. MBC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호칭의 적절성을 물었는데 그것은 ‘2차가해논란이 벌어진 것. MBC 필기시험 문제는 아래와 같다.

 

MBC 필기시험 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피해자란 단어를 쓰면 성추행을 기정사실화 하게 된다피해호소인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칭했다. 반대쪽에서는 기존 관행과 달리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성범죄 사건에서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고 2차 피해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당신은 피해호소인(피해고소인)’피해자중 어떤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 (3의 적절한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

 

MBC 공채 시험에 등장한 피해호소인용어가 문제인 것은 2차가해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박원순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진실을 알 수 없으니 피해자가 아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가해자가 사망하면 성폭력이 없었던 일이 되는가. 피해자는 그 피해를 그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인가. 결국 피해호소인용어는 백래시의 전형적인 형태로 드러났다는 말이다. 그런데, MBC는 응시생으로 하여금 피해소호인을 선택지로 줬다.

 

문제는 또 있다. ‘피해호소인논란은 일단락됐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미 많은 고통은 받아야 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피해자라고 용어정리가 된 부분이다. 그 질문을 다시 MBC가 던진 것이다.

 

MBC가 공채시험에서 피해호소인을 선택지로 준 것의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다. 회사들이 채용에 있어서 시험을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위함이다. MBC피해호소인질문을 하면서 어떤 인재를 얻으려고 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MBC는 해당 시험문제를 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피해자가 맞는지 피해 호소인이 맞는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은 . 평소 현안을 얼마나 깊게 파악하고 있고, 젠더 문제를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을 보려는 것(이었다). 기자는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비판해야 하고, 객관성을 위해 양쪽 주장을 고르게 듣는 능력이 필요하다. 충실하게 듣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현안을 깊게 증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한 문제였다

 

한마디로 논술실력을 보고 싶었다는 거다. 만일, ‘피해호소인이 맞다고 보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좋은 논리를 세웠다면 MBC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논리력을 본 질문이기 때문에 아마 1위로 뽑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자가 젠더 이슈와 관련해 어떤 기사들을 생산해낼 수 있을까. 정작 한국사회에 부족하고 필요한 건 올바른 젠더 관점을 가진 기자가 아닐까. 오늘날 무수한 언론사에서 쏟아지고 있는 젠더 관련 문제들만 봐도 답은 나온다.

 

MBC는 논란이 커지자 14문화방송은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문화방송은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성인지 감수성 재점검”한다던 MBC, 기안84은 곧바로 복귀

 

MBC성인지 감수성 재점검하겠다고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가 떴다. “MBC <나혼자산다> 복귀”, “스튜디오촬영 마무리가 그것.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MBC의 결정을 이미 예상했었다고들 입을 모았다.

 

기안84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된 사건은 <복학왕> 303·304화에서 나타났다. 여자 주인공인 봉지은이 대기업 인턴을 마치고 정식 입사하는 장면이 그려진 것. 보고서조차도 쓸 줄 모르는 등 실수연발이던 봉지은. 그가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고 입사한 설정이다. 팀장은 회식날 술 취해서 키스 해 버렸지 뭐야~”라고 우기명에게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에 우기명은 잤어요?”라고 물었고 팀장은 !!”라고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독자들은 해당 장면이 대기업 팀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입사한 것처럼 희화화했다고 비판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그 자체로 부적절한 내용이다. ‘취업영역에서 좁혀 생각해볼 때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들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깔린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2018년 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남성 지원자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사실이지 않나.

 

기안84 웹툰은 끊임없이 젠더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학캠퍼스 속 여성들의 가방에는 임신테스트기가 꽂혀 있었다. 방학을 마치고 난 개강 이후의 모습은 더했다. 여학생들이 임신 혹은 출산을 한 것으로 그려졌다. 대사도 논란이 컸다. ‘늙은 여성은 맛이 없다거나 내 나이 30.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가 없었다는 등의 그릇된 관점을 드러냈다.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키핑해둔 와인이라며 언제든 성관계가 가능한 존재로 묘사했다. 뚱뚱한 여성이 걸어갈 때 그의 만화에서는 쿵쿵이라는 의성어가 적시됐다. 기안84가 평소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너무나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가 웹툰을 그리면서 사용하는 예명 기안84’의 뜻은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김희민 씨에겐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 뿐만은 아니다. 기안84혐오는 사회적 소수자를 향하기도 한다. 지난해 5<복학왕> 249세미나2’ 편에서 생산직으로 취업한 우기명은 낙후된 시설의 세미나 장소에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특정 국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노동자는 우리 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 거다라고 감격에 겨운 반응을 보이도록 그렸다. 해당 편에서는 회사의 비전요구하는 질문에 내 비전도 없는데라며 생산직 노동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동 웹툰 248화에서는 청각장애인으로 등장한 여성이 닭꼬치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닥꼬티 하나 얼마에요?”라고 어눌하게 말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단순히 대사만이 아니었다. 독백장면에서도 그 여성은 “(소스를)마이 뿌뎌야지”, “딘따 먹고 딥엤는데라고 적시돼 있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공식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안84는 마마무 화사를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그리는 등 지인능욕이라는 오명도 썼다.

 

문제는 MBC. MBC <나혼자산다>는 기안84의 행동이 논란이 될 때마다 철이 없다’,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서툴다라는 것으로 용서했다. 누가 용서할 권리를 MBC에 줬는지 모르겠지만 늘 똑같은 모습이다.

 

2019<나혼자산다> 멤버인 성훈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패션워크 무대에 선 적이 있었다. 기안84는 셀럽으로 패션쇼에 섭외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무대를 하던 성훈을 향해 기안84성훈이형이라고 크게 외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 당연히 민폐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기안84의 입에서 나온 말은 패션쇼가 처음이라서였다. MBC<나혼자산다> 패널들의 전혀 아프지 않을 꾸짖음(?) 혹은 친분을 내세워 위로하는 모습을 그대로 방영했다. 그리고 제작진들은 그런 기안84을 향해 초딩84’, 반복되는 사과를 하는 기안84라는 뜻으로 애플84’라고 단순 해프닝으로 희화화 해버렸다.

 

기안84의 반복되는 논란 그리고 반복되는 MBC의 두둔.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나혼자산다>에 복귀한 기안84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 “제가 참 많이 부족하고 죽기 전까지 완벽해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라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박세리와 박나래는 각각 저도 아직 배워가면서 살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딨냐고 위로했다. 물론, MBC는 자막을 통해 반가운 얼굴들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예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복귀였다.

 

그 누구도 기안84완벽을 요구하지 않았다.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던 거다. 사람들이 기안84의 반성에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 논란의 반복에 MBC는 책임이 없느냐고 말이다. MBC는 기안84방송인으로 이끈 대표적 방송사다. MBC는 기안84무례한 행동을 기존에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로 띄웠다. 그리고 논란이 될 때마다 애플84’라고 두둔해왔다. 그것이 기안84를 괴물(?)로 키워낸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다.

 

다방면에서 터진 ‘젠더’ 이슈들

 

위와 같이 MBC에서 젠더 관련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문제는 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4·15총선 개표방송부터 라디오 <싱글벙글쇼>, 시사교양 <다큐플렉스>, 예능 <나혼자산다> 그리고 신입기자 공채를 담당했을 인사팀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논란이 됐다.

 

떠 올려야 할 사안이 하나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해 4MBC시청자위원회에 하나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MBC <킬빌> 무대장치에서 ‘I몰카문구가 노출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당시 보도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MBC 인권감수성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에서는 <킬빌> ‘I몰카노출 사태 이후에도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의 윤지오 씨 인터뷰 도중 장자연 리스트속 인물의 실명을 공개 요청 논란(318), MBC ‘대한민국: 콜롬비아 축구평가전에서 감스트의 인종차별·선수비하 논란(326),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김풍의 장갑 안 끼면 버닝손?’ 드립 논란(329일 방영/인터넷판)까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뉴스와 스포츠중계, 예능 MBC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언론연대는 해당 사건 모두 MBC 구성원들의 부족한 인권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시청자위원회에서 제 역할을 주문했었다.(MBC의 젠더감수성 부족 문제는 2020년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해당 보도자료를 보고 MBC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략 정리하면 ‘<킬빌> 프로그램에 관해서만 언급하지 왜 다른 사건까지 언급하느냐는 항의성 전화였다.

 

1년이 넘게 지났다. 2020MBC는 어떤가. MBC젠더관련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문제의 핵심을 피해갔다. 4·15총선 개표방송이 논란이 되자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을 뿐이다. 그것의 결과는 끊임없는 반복되는 관련 문제들이 아닐까.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시대라고 한다. 그 안에서 누구도 피해가기 어렵다. 한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방송사가 시대에 역행한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는데 방송사들은 따라갈 생각조차 없다. 그 결과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MBC가 있다. 과거, MBC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바로 그 시대에 부합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제 MBC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과거처럼 다시 시청자들이 예민한 것이라고 매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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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SBS와 지상파 민방의 새로운 정책 방향

 

12월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SBS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대주주발 위기다. 태영건설이 티와이홀딩스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SBS는 홀딩스 위에 홀딩스, 이중으로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게 됐다.

 

SBS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나?

 

이중 지주회사 체제가 되며 공정거래법과 방송관계법의 충돌이 일어났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티와이홀딩스)의 손자회사(SBS)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 SBS가 자회사를 100% 지배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컨대 SBS 광고를 판매하는 SBS M&C는 방송광고판매대행법(미디어렙법)에 의해 40% 소유제한에 걸려 있다. 수익구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미디어렙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상파 3사가 공동출자한 웨이브(wavve)도 마찬가지. KBSMBC가 자기 지분을 SBS에게 넘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나머지 자회사들도 SBS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분을 사들이거나, 아니면 매각을 해야 할 처지다. 핵심 자회사를 미디어홀딩스로 이관한다면?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수익 유출을 방지하려던 19년 노사합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티와이홀딩스와 미디어홀딩스의 합병또는 미디어홀딩스를 SBS와 합병해 하나의 지주회사를 해소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허나 이렇게 되면 소유 경영의 분리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미디어 지주회사 체제의 해체가 불가피하다. 이처럼 태영건설 분할은 SBS에 백해무익한 일이다. 윤석민 회장은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SBS는 위기에 내몰렸다.

 

SBS 재허가 심사, 어떻게 해야 하나?

 

방통위는 지난 6월 태영건설의 SBS미디어홀딩스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에 대해 조건을 부가하여 승인했다. 주요내용은 3가지다.

 

첫째, 태영건설 최대주주가 제출한 이행각서를 성실히 이행할 것. 둘째, 최대주주의 SBS 경영 불개입 등 방송의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 (티와이홀딩스에 방송 전문 경영진을 포함,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공성 실현 방안을 정관에 반영할 것), 셋째, 공정거래법에 따른 SBS의 자회사 지분 소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 이를 위한 경영 계획 수립 시 SBS의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

 

방통위는 연말로 예정된 SBS 재허가 심사에서 위 승인조건의 이행 여부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심사의 방향은 제대로 잡혔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방송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조건은 SBS를 재허가할 때마다 달렸다.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이유도 소유 경영의 분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부당한 경영 개입과 대주주의 전횡은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추상적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소유 경영의 분리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을 조건으로 부과해야 한다. 그 방안은 SBS 스스로 마련하도록 하되 엄격히 심사하고, 재허가 조건에 넣어 의무화해야 한다. 2017년 재허가 심사에서 방통위는 SBS노사가 합의해 제출한 독립경영 방안을 재허가 조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똑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종사자 대표와의 협의 과정과 결과를 매우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대주주가 방송 외 다른 사업부문의 이익 추구를 위하여 기업지배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방송사와 그 종사자들에게 모두 떠넘긴 것이다. 따라서 불이익을 떠안게 된 SBS 종사자(대표)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심사항목이 돼야 한다.

 

민영 지상파 방송의 제도 개선 방향은?

 

지상파 경영 위기가 심각하다. 사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규제완화를 해결책으로 호소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여 새로운 제도의 틀을 모색 중이다. 방송을 공공과 민간영역으로 분류하여 영역별로 중점 가치를 차별화한다는 게 골자이다. 민간영역은 산업성과 효율성 제고를 내세웠다.

 

과거 방송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상파 제도들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게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민영방송의 산업성, 효율성 등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더 이상 공익효과를 내지 못하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선별해 걷어내야 한다.

 

하지만 낡은 제도만 위기의 원인일까? 규제를 풀면 민방이 살아날까? 민방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대주주 문제다. 대주주야말로 민영방송이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가로막고, 방송을 다른 사업부문 이익을 위한 부대사업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흔히 대주주가 방송의 공익성을 훼손한다 말하지만 그들은 미디어 기업으로서 민방의 시장적 가치를 파괴한다.

 

SBS가 대표적 사례다. 정치권력에 부역하여 언론기업의 생명인 신뢰성을 훼손시킨 것도, 지주회사 체제를 대주주가 수익을 빨아가는 천민적 비즈니스 모델로 전락시킨 것도 태영건설이다. 주로 건설자본이 지배하는 지역 민방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문제를 방치한 채 민방의 산업성 제고나 혁신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민영 지상파 제도 개선은 독립성이 보장되는 미디어 전문 경영체제를 제도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규제 개편과 함께 지상파 방송으로서 공적책무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공영방송과 차별화하여 공적책무 평가는 단순화하되 자기 규율성 관점의 새로운 면허체계로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방송사로 하여금 공적서비스의 계획을 스스로 제출토록 하고, 그 계획의 작성과 이행의 평가에 시청자(기구)가 참여하는 시민 협력적 지상파 거버넌스를 검토해야 한다. 방통위가 지상파 민방의 새로운 정책 틀을 제시할 수 있을지 SBS 재허가 심사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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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뉴스레터(시험판2_120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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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아직은 무제(無題), 언론연대 뉴스레터입니다.

. 시험판 2호의 주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입니다. 언론계 핫이슈였는데, 한참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지금은 잠깐의 냉각상태일 뿐 입법이 본격 추진되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입니다!

. “찬성이냐, 반대냐?”는 질문을 “무엇이 문제냐?”는 물음으로 바꿔보았습니다. 두 개의 글은 언뜻 상반된 입장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네. 활동가 A와 B는 때로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솔직히 드러내려 합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실험판까지는 일단 pdf 파일로 레터를 발송합니다. 후에 어찌할지는 '아직은 미정'입니다. 시험판이 몇 번 더 나갈 수도 있겠습니다. 부족하지만 뚜벅뚜벅 더 읽을 만한 콘텐츠를 향해 나아갈테니..더딘 발걸음이라도 부디 지켜봐주시길~ ㅠ.ㅠ 

그럼 다음 호에서 또 만나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특집>
1. 공직자의 명예보호인가, 시민의 언론피해구제인가?
2. "언론 표현의 자유 위축된다"는 말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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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이슈_ 2020 종편 재승인

반성 없는 MBN에 미래는 없다

 

 

MBN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닥쳐 있다. 종편 승인 취소가 유력하다. 먼저 방통위 행정처분이 곧 내려질 전망이다. MBN은 종편 설립 당시 차명으로 자본금을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본시장법 위반 재판에서 이미 유죄가 선고됐다.

 

이 고비를 넘어서도 재승인 심사가 기다린다. 재승인 심사 전망도 어둡다. MBN은 지난 심사에서 651.01점을 받아 승인기준(650)을 가까스로 넘겼다. ‘방송법령 등 준수여부항목에선 과락을 받았다. 그간 방송편성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나아진게 없는데다 심각한 법령 위반이 드러난 상황에서 종편 봐주기란 압박에 시달려 온 방통위는 엄격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MBN 위법 혐의는?

 

첫째, 차명주주를 동원해 자본금을 조성한 행위다. 방송법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얻은 자‘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형사처벌 대상이며 승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 재판에서 이미 유죄를 선고받아 사실 여부에 다툼이 없다.

 

둘째, 최대주주 및 신문사 소유제한 위반 의혹이다. MBN이 차명주주를 동원한 이유는 소유제한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당시 차명으로 납입한 600억대 주식을 MBN이 직접 소유할 경우 최대주주(40%) 또는 신문사(30%) 소유한도를 초과했을 것이다. 소유제한 초과 시 이를 매각하는 시정명령이 가능하나 당시는 최초 승인 시점이었다. 소유한도를 준수하지 못했다면 승인 탈락했을 것이다. 소유제한 위반도 업무정지 또는 승인기간 단축 6개월 처분에 해당하는 중대 위반행위다. 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

 

더보기

종편승인 심사를 앞둔 2010년 말 최대주주인 <매일경제신문사>의 지분율은 20.44%였다. 특수관계인인 <매경닷컴>(2.42%), 장대환(6.54%)의 지분율을 합산하면 29.4%에 달했다. 여기에 MBN이 차명으로 납입한 600여억 원대의 주식을 MBN이 직접 소유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소유 한도(40%)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았다. <언론연대 종편 승인 검증 TF>2014년 보고서에서 2010<매일경제신문사><매경공제회><매일경제신문사 사우회>에 주식을 매각한 것이 차명거래로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10년 말 당시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10.33%, 8.64%(합계18.97%)에 달했다. MBN으로써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매각·분산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큰 시기였던 셈이다.

 

위반 행위의 동기·내용·횟수 및 정도에 따라 감경이 가능하나 MBN의 경우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가 아니라 고의로 행정당국을 장기간 기만한 행위라는 점에서 도리어 가중사유에 해당한다. 원칙적 처분을 내리지 않으면 승인제, 소유제한 등 방송법의 핵심조항이 무력화되는 상황이라 방통위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종편 사업 유지 전망은 매우 어둡다. ‘죄질이 나쁜데다 반성의 기미도 없기 때문이다. 차명주식 의혹이 제기되고, 금융당국이 고발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1심 유죄도 받았다. 그러나 MBN은 아무런 개혁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장대환 회장이 (퇴직금 36억을 챙겨) 사임했을 뿐 문제를 해소하거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유죄선고를 받은 경영진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여전히 경영에 관여하고 있으며 최근 물적분할로 신설하는 자회사의 임원까지 맡았다. 언론노조 MBN지부가 주요 임원에 대한 임명 동의제 실시, 노조추천 사외 이사제 도입 등의 방안을 제안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대주주가 책임을 지지 않고 무한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심사해야 하나?

 

종편 주주 구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연대는 이미 지난 2013년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MBN 주주 명부를 분석하고 차명 출자, 소유제한 위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주주명부를 검증하지 않고 재승인을 거듭하였다. 늦었지만 주주 심사를 강화하고, 허위자료 제출이나 소유제한 위반 시 행정처분절차를 구체화하는 등 재승인 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MBN재승인 심사를 할 경우 소유제한 위반 및 해소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위법행위뿐만 아니라 이후 방통위 조사 과정을 빠짐없이 재승인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차명 주주 의혹이 제기된 후 MBN이 방통위 조사와 자료 제출에 성실히 임하였는지, 소유제한 위반 의혹을 확실하게 해소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였는지 등 행정조사의 전 과정을 자료화하여 재승인 심사에서 평가해야 한다.

 

MBN이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고도 사업을 지속한 데에는 방통위의 책임이 매우 크다. 따라서 MBN 재승인은 방통위를 평가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섬세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 위법사항에 대한 엄정한 처분과 법집행을 통해 MBN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할 무거운 책임이 방통위에게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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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와 함께 미디어 이야기를 읽고, 나누자!

 

언론개혁시민연대(약칭 언론연대)는 2020년 10월부터 미디어 운동 이슈를 다루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1호는 <시험판>으로 제작되었으며 연말까지 4-5차례 실험을 거쳐 2021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언론연대는 시민사회 활동가를 포함하여 미디어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함께 현장의 정보를 공유하고, 생생한 이슈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미디어 환경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정책과 제도의 과제들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활동가 사이의 정보공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민단체와 시민이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중요성도 함께 커져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는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미디어 의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구독자 모두의 성장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날카로운 비평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구독자와 소통하며 콘텐츠를 확장해나가겠습니다.

 

<시험판> 1호에서는

 

1. SBS와 MBN의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2. 미디어 비평을 통해 2020년 MBC에서 벌어진 젠더 관련 이슈들을 종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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